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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누가 무어라고 해도 한국 제일의 열린 항구도시이다. 낙동강이 칠백 리의 기나긴 여정을 달려오다가 바다를 만나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은 한국 제일의 항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 한해 수출량의 절반을 실어내는 국제무역항이며,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이어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포항에서 울산, 김해, 마산, 진주에 이르는 남동 임해공업 벨트의 중추도시이기도 하다.
부산은 리아스식 해안과 강 하류에 위치한 덕에 자연적인 풍광이 좋고 그리 세련되지 않지만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볼거리도 많다. 이런 부산의 역사는 멀리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동삼동 유적으로 대표된다. 부산시립박물관에는 이러한 선사시대이래 부산의 값진 유물과 유적 자료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고려시대 이 지역 호족인 동래 정씨로서 임금에 대한 충성을 노래한 것으로 더 유명한 「정과정곡」의 작자인 정서의 고향이라는 것을 내비쳐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연락선 돌아가는 오륙도, 기암괴석을 희롱하는 파도가 장관인 태종대, 절경에 심취한 최치원이 이름을 지었다는 해운대며 을숙도의 철새 도래지나 금정산의 범어사는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적당한 곳이고 동래의 들놀음이나 학춤을 보며 흥청거리는 여유도 가져보면 좋을 듯하며 아니면 자갈치 시장에 가서 사람 사는 맛을 느껴 보는 것도 부산을 이해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하지만 근대 이전까지 부산의 역사는 역시 대륙과 일본을 통하는 남쪽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과 일본과의 교류는 동삼동 유적에서 발굴된 죠몬 시대의 토기편을 통해 아주 이른 시기부터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고, 고려말에는 왜구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서 그 인연이 깊지만 본격적인 관계는 조선 초로부터 근대를 거치면서 심화되었다. 조선시대 부산포는 염포·제포와 더불어 삼포였다. 그 중 부산포는 삼포왜란과 임진왜란을 거치는 과정에서 조선을 침범하는 길목에 자리 잡았다는 이유로 희생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관을 중심으로 한 국제 무역항으로서, 경상좌수영이 있는 군사기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1876년의 개항은 부산을 근대적 항구도시로 탈바꿈 시켰다. 부산은 대륙 침략의 발판지였던 한반도와 일본을 연결시키는 최단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식민지 항구를 만들기에 적당했던 것이다. 개항과 더불어 밀려온 일본 사람들은 매립 사업을 통해 부산의 땅모양을 바꾸었고 그들의 거류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가를 만들어 갔다. 게다가 1925년에는 도청이 진주로부터 옮겨와 행정적인 중심지 역할까지 맡게 된다.
현재의 부산은 가까운 일본은 물론 서북 유럽의 여러 나라와 통하는 우리나라 제일의 관문적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 등 세계적 문화제까지 열어 문화 중심지로서의 역할까지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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